출판사 '황금소나무'에서 나온 『대두인』(부제: 나선정벌)은 조선 효종 임금 당시에 있었던 2차 나선정벌을 소재로 한다. 병자호란의 치욕을 씻고자 북벌을 계획하며 강군을 위해 조총부대를 양성하던 효종은 청의 요청으로 어쩔 수 없이 조선 총수병을 파병하게 된다. 당시 나선(러시아)이 북만주 지역으로 남하정책을 펼치던 상황에서 청나라와 충돌하게 되었고, 몇 차례 싸움에서 진 청이 조선에 원군을 요청한 것이다.
'황금소나무'에서 2017년 7월에 나온 『서북공정』(방대진 지음)이 효종 말기 나선정벌 이후의 북벌 실행을 소재로 한 소설이라면, 『대두인』은 조금 앞선 시기의 사건을 다루고 있어서 두 소설을 함께 읽으면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이다.
(1) 역사전쟁소설의 지평을 넓힐 새로운 스토리
그동안 선보였던 한국의 역사전쟁소설은 고대부터 현재까지 외세의 침략을 맞아 이에 저항하는 한민족의 긍지와 자부심을 보여주는 데 초점이 맞추어졌다. 이러다 보니 비록 실존 역사이기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긴 하지만 전장이 주로 국내로 머물고 침략하는 외세도 주로 중국이나 일본 등 동아시아권의 국가나 민족으로 한정되어 있다.
반면 『대두인』은 강대국 청나라의 요청에 의한 것이기는 하나 엄연히 조선군의 이민족 정벌을 주요 골자로 다루고 있다. 게다가 나선정벌이 조선 최초로 이루어진 서양인과의 교전인지라 상대는 기존의 역사전쟁소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유럽의 열강 러시아이다.
게다가 신류가 이끄는 총병군이 전부 조총을 다루는 총병들이고 맞수인 러시아의 스테파노프 장군이 이끄는 군사들 역시 머스킷 총을 사용한다. 이러한 까닭에 비록 시대적 배경이 17세기 중엽이지만 이들은 화끈한 총격전을 벌인다. 돌과 화살이 서로 날아드는 공성전이나 양군의 군사들이 한데 뒤섞여 칼과 창을 맞부딪치는 회전이 더 어울릴 법한 시대의 사람들이 21세기 현대전 못지않게 선보이는 총격전은 분명 기존의 역사전쟁소설에 익숙해진 독자들에게 신선한 반응을 선사할 것이다.
(2) 한국판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꿈꾸다!
아직도 많은 역사전쟁소설들이 역사가 기록한 몇몇 전쟁영웅이나 위인들의 행적을 따라 서사가 전개된다. 어찌 보면 전쟁터에서는 실제로 총칼을 맞대고 싸우는 병사들이 주인공일 텐데도 그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사극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현대전으로 넘어가 보면 일개 병사의 눈으로 보는 전쟁의 양상이나 이면을 그린 작품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TV드라마 같은 경우에는 2000년대 초에 방영되어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전쟁 드라마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경우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의 주인공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전선에 참전한 미 육군 공수부대원들이다. 매회 메인이 되는 장병들을 바꾸어 가며 그들의 시각으로 당시의 전쟁을 묘사하고 있다.
『대두인』도 바로 그러한 전개 방식으로 나선정벌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이에 주요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신류를 따라나선 총병군의 병사들이며 그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그들이 고뇌하고 방황하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등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데 주력하였다.
한국 드라마에서도 이미 <추노>를 통해 밑바닥 민초들을 다룬 민중사극이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문학계에서도 이와 같은 시도는 분명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으리라 자신한다.
(3) 17세기의 역사적 사건에서 현대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를 발견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연 이 작품이 현대의 독자들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바가 과연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이게 없거나 불분명하다면 아무리 뛰어난 작품성과 재미를 가지고 있어도 결국 금방 그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다.
역사가 E. H. 카는 역사를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하였다. 역사란 단순한 과거 사실의 기술이 아니라 현재의 역사가가 현재의 상황에 입각하여 과거를 평가하고 서술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역사소설도 마땅히 현재의 상황에서 주목되는 역사적 사실을 담아 수용자에게 선사해야 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다.
나선정벌은 조선의 총병들이 북만주에서 나선(러시아인)과 교전을 벌인 사건이다. 이는 자국의 방위에서가 아니라 강대국의 요청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행해진 원정이었다. 나선과 아무런 원한이 없었음에도 조선은 병자호란에서의 굴욕적인 항복으로 인해 청나라와 맺은 조약으로 어쩔 수 없이 나선과 상대해야만 하였다. 그 와중에 신류가 지휘한 무술년(1658년)의 2차 정벌에서는 여덟 명의 조선 병사들이 낯선 땅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러한 일련의 역사적 사건들이 자국의 방위가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목적으로 이라크나 아프간 등에 배치된 세계 각국의 파병 병사들이 현지의 반군이나 게릴라들과 지루한 대치와 교전을 반복하는 상황과 오버랩된다. 파병에 참전한 병사들은 자국 정부가 여러 실리적인 계산을 감춘 채 내세우는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명분을 의심하지 않거나 신경 쓰지 않으면서 전쟁을 수행하는 가운데 점점 인간성을 잃어가거나 허망하게 목숨을 잃는다.
이 소설은 철저히 이러한 현실을 풍자한다. 강대국들로 빗댄 청나라는 그들이 지배하고 있는 왈가 백성들의 자유와 안위에는 관심 없이 오직 그곳에서 나는 비싼 여우와 담비 가죽을 수급할 궁리에만 몰두한다. 현지의 반군이나 게릴라들로 묘사한 배신 왈가들은 이에 저항하고자 청군과 조선 총병군에게 각종 공격을 자행한다. 신류가 지휘하는 조선 총병군은 이 전쟁에 아무런 명분이 없다는 걸 알게 되지만 저마다의 목적과 야심을 위해 나선과 배신 왈가들과 전투를 벌인다.
지금도 자행되고 있는 무의미한 파병의 역사는 사실 이토록 오래되었음을 이 작품에서는 밝히고자 한다. 지금으로부터 350년 전에 벌어진 파병의 전후 과정과 그 실상이 현재도 크게 다를 바 없음을 느끼며 현실을 비판하는 시각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이 소설의 주된 목적이다.
(4) 원소스 멀티유즈(OSMU)의 추구
이 작품의 주된 인물들은 총병군에 모인 수많은 병사들이다. 그러다 보니 저마다 가지고 있는 사연이나 전사가 풍부하다. 그런 까닭에 비단 나선정벌뿐만 아니라 그 이전과 이후로 담아낼 수 있는 이야기가 충분히 구축되어 있다. 이는 얼마든지 시즌 형식의 드라마나 스핀오프 형식의 영화제작이 용이함을 의미한다. 현재는 ‘원소스 멀티유즈(OSMU)’가 대세이기 때문에 여러 콘텐츠로 전환이 가능한 작품이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두인』은 이에 부합하는 매력적인 소설이라 자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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